- 저자
- 박건우
- 출판
- 길벗
- 출판일
- 2022.10.31
미니멀 책을 찾는다는 건 물건들이
또다시 쌓여가고 있다는 것
이 분 책은 왠지 다 이북으로 읽게 된다.
이북이 작가 인세가 더 높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맞기를 바라면서
몇 해 전 사인도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
아이패드에 받았었다.

그때 환경에 대해 질문을 했었는데 바쁘셔서
긴 얘기는 못 들었는데
그간 영상으로도 답을 해주었고 이번 책도 답이 되어주었네
그와는 반대로 역마살 0%인 나는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평안함을 느끼는 존재이다.
그가 온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것처럼
나는 아직도 문득문득 낯선 이 집을
여행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곳 전라도는 아직도 너무너무 낯설다)
그래도 나의 마지막은 작은 박스 하나로
정리될 수 있음 하는 마음은 그와 같다.
조르아스터교의 풍장처럼 육신마저 다 흩뿌리고
가고 싶은 맘이기도 하다.(또 급발진)

아무것도 없는 구석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편안이라는 두 글자로는 부족할 만큼 보고 있자면
정말 개비스콘이다)
그럼 나도 미니멀 기질이 있는 건 분명하다.
현재는 소유욕과 그 기질이 부딪혀
집에도 그 심경이 반영되어있다.
어느 곳은 넘쳐흐르고 어느 곳은 싹 비워두었다.
복작복작거려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은
놔둬도 된다는 쪽으로 합의되었다.
문제는 볼 때마다 불편하고 답답해지는 것들이
문제인데 마음속으로는
'1년 동안 안 쓰면 평생 나에게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라고
돌연 시한부를 만들어놓고서는 1년이 돼버리면
1년만 나랑 더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질척이고 만다.
그 와중에 자부하는 것은 이렇게 복작복작거려졌어도
작은 물건들이 어디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그거 어디 있지라고 묻는 라봉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훈련이 된 걸 지도 모르지만
"어 그거 가운데 방 컴퓨터 옆 왼쪽 서랍 세 번째 칸 열면 오른쪽에 조그만 통 안에 있어"라고 답해준다.
핸드폰 사용으로 더 이상 번호를 외우지 않는
인간들로 변한 것처럼
나는 라봉의 핸드폰으로 진화되었고
라봉은 더 이상 물건이 어디 있는지 따위는
(절대) 생각하지 않게 진화되었다.
요즘 라봉한테 답답함을 여러 번 호소했었다.
둘러보니 내 것이 아닌 것
대부분 80일 차 신생아 녀석 것
다시 생각해보면 그 녀석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 육아를 아이템빨로 조지려는
나이 많은 엄마의 필요에 의한 것들과
내가 고르지 않아 집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디자인의 80일 차 녀석 앞으로 온 선물들이다.
아직 갈길은 구만리요 100일도 안되었는데 나를 잡아먹을 것같이 불어나는 물건들 때문에
"오빠 나 미쳐버릴 거 같아 다 버리고 싶어"를
요 며칠 입에 달고 사는 중이었다.
그러다 미루고 미루던 가운데 방 정리를 하는데
책에 또 회의감이 느껴진다.
육아 핑계로 책을 읽지 못한다며
읽지 않은 책이 불어나는 중인데
어이없게도 책 리뷰 볼 시간은 있어서
사재 끼는 것이 맞는가
책을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요새는 더욱더 동의하는 중)
이북으로 그 갈증이 안 채워질 때가 있어
참다가 참다가 사고 마는 중이다. 미니멀은 "나중"이란 것을 잘 생각해봐야 하는 것 같다.
나중에 필요할 거 같아서
나중에 읽을 거 같아서
며칠 전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이가 그랬다.
"100살까지 살아봐라. 그 나중이 오나"
나중은 없다.
(80일 차 녀석의 기저귀와 분유는 제외
나중이란 것이 너무 빠르게 온다 쟁여놓을 수밖에 없는 템)
당장 하지 않을 것과 계획되지 않은 미래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불쌍한 물건들을 놓아주자.
신생아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서
불과 한 달 전에 입던 것들이 작아진다.
사용 시기가 있는 물건들은 대여와 당근을 이용했다.
사는걸 그리 좋아하는 나지만
살 때부터 언제까지 쓸 물건이다라고 시기가 정해진걸
들이지 않는 철칙이 있는 나인데
육아에는 그 철칙도 무너지고야 만다.
다행히 대여가 안 되는 육아용품이 없을 정도로
잘 되어있어 아이의 불호를 한번 거를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옷도 처음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준비를 많이 안 했다.
그런데 육아가 시작되고 잠시 정신줄을 놓았더니
금세 옷들이 불어났다.
손싸개 발싸개도 이제 필요가 없어졌다.
다시는 쓸 일이 없고 동생이 생길 계획은 0.1도 없으니
우리 집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다.
환경을 생각해 모아 두었다가 나눔을 해야 하나 싶다.
공짜도 사은품도 안 쓸 것 같은 건 받지를 않는데
육아는 해봤으야지.
그래서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것들이
바로 쓰레기통 행인 걸 얼마 전에 느껴서 그런지
(물론 마음만은 맥시멀 하게 다 담아두고 있지만)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다.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은 아이 물건과도 협의를 해야 한다.
그런 건 웬만하면 대여를 하겠지만
대여시스템이 잘되어있다고 싸다고
정신줄 잠깐 놓으면 또 한가득이 돼버릴 테니

미니멀리스트 단계 구분은
뼈 때리는 부분이라 너무 아프다.
앞서 읽었던 다른 미니멀리스트 책의 폐해라고
핑계되고 싶기도 하다.
그가 말했듯이 미니멀이라고 하기보다는
정리 책에 가까운 일본 책들을 접했었다.
비싸지만 몸이 편해지는 물건을 들이라고 했기에
"맞아 집안일로 라봉한테
잔소리할 일이 없어지는 거야"라면서
청소 때문에 잔소리하게 되면 로봇청소기를 들이고,
설거지 때문이면 식기세척기를 들이고,
음쓰때문이면 음쓰기를 들였다.
그런데 완전히 인간이 손이 필요하지 않은 건
하나도 없어 사람과 닮은 사지가 있는 로봇을
들이지 않는 이상 해결방법이 아니더라고.
그러니 가방 하나로 전재산인
그의 홀가분한 모습에 매몰되지 말자.
그가 가방 하나로 살아갈 수 있다한들
길에서 이불 없이 자는 것이 아니고
차 없이 걷기만 하는 게 아니고
밥을 손으로 먹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나의 방식대로 미니멀을 실천해나가면 되는 것.....
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다. 모든 게 너무 많다.
줄이자..매몰되자..과몰입하자..ㅎ

미니멀하기 👉🏻
'm a _ f av . > d o g 's e ar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튼 계속 - 김교석 (0) | 2022.11.11 |
---|---|
독립은 여행 - 정혜윤 (0) | 2022.10.13 |
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0) | 2022.10.10 |
카빌리의 비참 - 알베르 카뮈 (2) | 2022.10.05 |
위험한 생각들 - 존 브록만 (0) | 2021.08.20 |